[사설] 메르스 물리치려면 성숙한 시민의식 전제돼야

입력 2015-06-10 00:50
메르스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지난달 15일 이후 사실상 1차 유행은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발(發) 2차 유행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이다. 잠복기가 1∼2주일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주말 안에 메르스 사태의 확산 또는 진정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사태 추이를 살펴볼 때 정부는 무능했고 초동 조치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합리적이고 냉정한 시민과 의료기관의 행동이 메르스 진압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이지만 시민의식의 실종, 의료 기관의 무책임이 메르스 조기 진압에 걸림돌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여성 환자와 가족은 최근 메르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적 있느냐는 의료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발열 증상을 보여 결국 76번째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접촉 의료진, 환자가 격리되고 응급실은 폐쇄됐다. 바로 직전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도 하루 동안 다른 환자들과 있었다.

처음으로 국내에 옮긴 1번 환자도 발열 등으로 병원 4곳을 다녔으나 중동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가 격리를 통보받았음에도 지방에 골프를 하러 가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도 있었고, 중국에 출장 간 감염자도 있었다. 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공공 시민의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일부 병원은 발열 증상의 환자 진료를 꺼리고 있다. 병원의 진료 거부는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내부 지침으로 정해놓고 환자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다.

SNS에 나도는 메르스에 대한 몰이해와 공포심은 도를 넘어섰다. 초기에 정부의 정보 차단이 큰 문제였지만 근거 없는 공포심에 휘둘려 이를 확대재생산하거나 사실이 아닌 얘기들을 퍼뜨리는 행위는 미성숙한 시민 의식의 전형이다.

1번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됐던 5번 환자(의사)는 완치됐다. 그는 메르스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정확한 정보 공유로 제때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떠돌아다니는 게 가장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능하더라도 시민이나 의료기관 등 민간이 성숙한 자세로 메르스를 차분히 대처하면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초기에는 뚫렸지만 민간의 침착하고 절제된 대응과 행동으로 메르스 극복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역량을 결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