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사회가 아베 신조 내각의 역사왜곡 및 우경화 행보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말 16개 역사학회 및 역사교육자단체가 위안부 문제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8일에는 300명 가까운 지식인들이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및 반성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사이타마(埼玉)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 모임’은 아베 총리에 대항하는 의미에서 7월 초 별도의 종전 담화를 발표키로 결의했다. 도쿄에선 집단자위권 법제화 홍보를 위한 자민당 가두연설에 맞서 시민들이 ‘카운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베 정부의 독주에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작금의 아베 내각 분위기를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역사왜곡과 우경화를 아무리 비판해도 우이독경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아베 총리가 종전 담화에서 ‘사죄’를 빼는 것은 물론 집단자위권 법제화를 끊임없이 밀어붙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의 역주행을 차단하는 것은 우선 일본 시민사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적잖은 일본인들이 아베 정부의 우경화 행보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시민사회의 견제 목소리인 만큼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종전 담화에 ‘사죄’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또 아베 정부가 올 정기국회에서 집단자위권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아베 총리는 주변국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을 수 있을지언정 자국민들의 의견을 마냥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역주행에서 벗어나 주변국들과 화해·협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설] 아베 총리 역주행 차단, 1차적으론 日시민사회의 몫
입력 2015-06-10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