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래 현물시장의 위험을 보완하려고 나온 ‘선물시장’(정해진 날짜에 현품을 인수·인도할 것을 조건으로 매매 약정을 맺는 시장)이 거꾸로 현물시장을 흔들어대는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 용어다.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왝더독’(1997)의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공권력의 부정과 실패를 더욱 강력하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감추면서 오히려 이를 ‘법치 민주주의를 향한 진일보’라고 선전하는 본말전도 현상을 고발하고 있다. 더욱 잔인해진 권력이 민주적 법치 질서를 사실상 뒤흔들고 있으면서도 정의사회구현과 같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한 ‘교활하고 왜곡된 법치주의’를 풍자한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선지자들은 통치자들(왕과 제사장 그룹)을 향해 지속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역전 현상을 경고했다. 하나님이 출애굽 사건을 통해 원시 이스라엘을 ‘포맷’하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 수립을 위해 모세 율법이라는 ‘법치’를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권력자들의 횡포로부터 약자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 장치였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포기한 권력이 필요 이상으로 왕권을 강화하려 하거나 기득권층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법치를 주장하며 법정신을 왜곡할 때 선지자들은 그것이 율법의 목적, 즉 법치를 주문했던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히 저항했다.
최근 국회는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을 개정했다. 국회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때, 그것에 대한 행정부의 복종 의무가 이전보다 한층 엄격해진 것이 핵심이다. 개정 배경은 강력한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 ‘점점 더 깨져가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한 것인데, 대통령은 ‘국회의 독주 때문에 국정이 마비된다’고 반발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국회가 대치하고 있는 사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세간에는 이미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피해가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4대강 사업의 90%를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국회의 독주’가 아니라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대통령’일 것이다. 사실 의회 고유의 권한인 입법권을 강화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여야 합의를 이룬 이번 국회법 개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메르스 사태는 ‘꼬리’와 ‘몸통’이 심각하게 역전되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의 비극적 단면이다. 공중보건이 사라진 정부의 의료정책이나 인간다운 정서 함양이 사라진 경쟁주의 교육정책, 그리고 ‘성전을 향한 열심’이 오히려 ‘하나님을 삼켜버린다’고 예수께서 경고할 만큼 본말이 전도된 작금의 ‘성전종교’(요 2:17, 시 69:9) 등이 그러하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오늘날의 정치 경제는 몸통인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지지층과 특정 집단의 이익실현을 위한 통치행위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도처에서 꼬리가 몸통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공동체 붕괴의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제3자처럼 방관하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몸통 자신이 메르스 확산보다 더 무섭다. 순결한 믿음, 그것은 자신이 몸통임을 자각하고 고백하면서 꼬리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정종성 교수 (백석대 기독교학부)
[시온의 소리-정종성] 꼬리가 몸통 흔들기
입력 2015-06-10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