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001·818만 관객)로 한국영화의 흥행시대를 연 곽경택(49) 감독이 어깨에 힘을 빼고 돌아왔다. ‘친구2’(2013) 이후 2년 만이다. 1978년 부산 어린이 유괴사건을 다룬 ‘극비수사’의 메가폰을 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범인을 잡는 과정을 긴박감 있게 풀어냈지만 8일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곽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건 자체가 아니다”고 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곽 감독을 만나 좀더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당시 사건을 해결한 주역은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였어요. 하지만 두 사람의 공로가 묻혀 버리고 말았지요. 우연히 두 사람을 만났는데 숨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거예요. 이거다 싶어 취재를 하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거죠.”
유괴사건이 일어나자 형사 공길용(김윤석)이 투입되고 극비리에 수사가 진행된다. 아이 엄마는 딸이 살아있다고 말한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예언을 공 형사에게 전한다. 이후 형사와 도사는 기묘한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영화는 보름 만에 부모에게 전화를 건 유괴범을 쫓아가는 과정을 스릴 있게 보여준다. 후반부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형사 역할의 김윤석은 믿고 보는 배우잖아요. 독특한 캐릭터의 유해진은 도사 역할이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호흡이 잘 맞았어요. 실존 인물도 그렇고 실제 사건과도 70% 정도 일치해요.”
영화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 두 사람의 후일담에 시선을 둔다. 팽팽하게 달려오던 긴장감이 갑자기 풀어지는 느낌이다. “정작 두 사람은 언급도 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상을 받아요. 불합리한 거죠. 사건 이면의 진실을 들려주자는 겁니다.”
‘수사반장’이 등장하고 여의도 시민아파트의 표지판이 ‘여이도’로 표기되는 장면이 70년대의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살아 돌아온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잖아요. 영화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서 당시 상황의 재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한 편의 촌극처럼 만든 거죠.”
돌아온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유괴된다. 이 부분은 자막으로 처리했다. “2차 유괴까지 담기에는 너무 길어요. 유괴 자체보다는 두 주인공이 왜 이 사건에 집념을 보이는지 ‘인지상정’에 초점을 맞췄으니까요. 한 가지 재미있는 건 2차 유괴 후 사흘 만에 아이가 돌아왔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담화문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이 담화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아버지에게 쓰도록 요청했다더군요.”
이번 영화 제작비는 57억원이 들었다. 210만 관객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영화는 개봉 때의 운세가 좋아야 해요. 메르스 때문에 걱정이긴 하지만요. 얼마 전에 김중산 도사를 만났는데 잘되도록 열심히 기도해주시겠대요. 저도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잘 풀릴 운이라고요.” 다음 작품으로 판타지 스릴러를 계획 중이라는 그는 “진인사 대천명”이라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건 해결한 진짜 주인공 그리고 싶었다”
입력 2015-06-10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