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메르스 패러디

입력 2015-06-10 00:10

메르스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게다. 당국의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풍자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메르스 예방법 가운데 하나로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나 낙타 우유를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밝히자 네티즌들은 폭발했다. “부장님 저 낙타가 아파서 출근 못하겠습니다” “요즘 낙타 1종 면허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쉽다” “하마터면 냉장고에서 낙타유를 꺼내 마실 뻔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낙타가 “뭐야 뭔데 중동이 어딘데”라고 말을 하는 사진도 올라왔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몽골산 김치 쌍봉낙타 낙리둥절 중(낙타 어리둥절)’ 등의 표현도 있었다. 낙타를 만지거나 고기를 먹기는커녕 보기도 힘든 실정에서 당국의 예방법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신랄히 풍자한 것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사상 최악의 낙타가 대한민국을 덮친다’는 문구와 함께 낙타를 합성한 포스터도 등장했다.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가에 오른 날에는 한국 약어(KO)를 붙여 ‘코르스(KORS)’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압권은 7일자 미국 뉴욕타임스 만평이다. ‘남한 메르스 발생(MERS Outbreak in South Korea)’이란 제목의 이 만평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군인 2명이 초소를 시찰하는 장면을 담았다. 철책을 넘어 짐 보따리를 들고 걸어오는 세 사람을 보면서 한 군인은 “저기 탈북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고 외친다. 메르스가 무서워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정도라는 풍자다. 최근 한국으로 도주했던 중국인 사기범이 메르스 때문에 중국 경찰에 자수했다는 뉴스에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외신이 대놓고 국내 메르스 사태를 극단적으로 비꼴 정도로 국가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메르스를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는 이유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