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투명성과 정책 신뢰

입력 2015-06-10 00:20

미국의 전설적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투명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햇볕이 최고의 살충제이며 전등이 가장 효과적인 경찰”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면 스스로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는 인간의 합리성과 자발성에 대한 탁월한 통찰이다.

그러나 작금에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의 와중에서 정부가 시민의 자발성과 합리성을 불신하고 중요한 정보를 감추는 태도로 일관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듯한 감을 지울 수 없다. 환자나 병원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므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거나 철저한 준비를 거친 후에야 공개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태도에서 정책 당국이 취하고 있는 입장을 읽을 수 있다.

비록 지방자치단체와 여론의 압력에 밀려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마지못해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해당 병원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강조하는 정책 담당자의 태도를 보고 시민들은 여전히 정보 공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물론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진솔하게 시민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확산세가 오늘 들어 다소 진정되는 듯한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빠른 시간 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경제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공포로 썰렁해진 경기도 평택 시가지의 사진에서 대규모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경제활동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2011년 이후 성장률이 3%대를 오르내리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고 그나마 작년 말부터는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진작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메르스 확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는 경우 최근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간소비와 투자에 찬물을 끼얹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그 충격파가 지금까지도 일부 남아 있다. 2003년 10%에 달하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경제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확산과 그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단기간에 1% 포인트에 달하는 성장률 하락을 경험하였음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혼란을 조기에 진정시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본래의 목적 달성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미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으로 재정 적자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논의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어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로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가급적 속히 메르스 확산을 차단함으로써 이미 기진한 상태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가 막다른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창균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