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곽효정]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입력 2015-06-10 00:10

인하대병원은 몇몇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메르스 환자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곳에 사람들 발길이 끊긴 탓에 쉬쉬하기 바쁘고 정작 신속히 치료받아야 할 메르스 환자는 방치될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주말 내내 서울시내도 한산했다. 메르스라는 낯선 이름이 우리를 숨게 만든 것이다. 뉴스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도 이번만큼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모두 7명이 메르스로 사망했다. 하지만 다수의 기사에서 ‘이들은 대부분 기저 질환을 가진 고령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로 마무리짓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이 말이 부대낀다. 기저 질환을 가진 고령자의 메르스 사망을 당연한 듯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못해도 세 집 건너 한 집에는 약병을 안고 사는 어르신이 있을 것인데 이 기저 질환을 가진 고령자가 내 가족이고 내 이웃이 아니란 법 있을까. 주어진 약 먹고 치료 잘 받으면 살 수 있을 생명이 메르스 때문에 죽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 죽음을 원래의 질병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이 책임을 메르스 발생 초기 소홀하게 대처한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 국민은 다 건강해서 메르스 따위가 해치지 않을 것이란 순전한 믿음이 있었다면 어쩌겠나.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우리 스스로 건강해질 수밖에. 신자유주의 앞에서 병원 또한 매출에 신경 쓰는 곳이므로 메르스 환자를 거부한 것은 씁쓸하지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당연한 걸까.

아니다. 내 이웃, 내 가족이 당장 메르스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면 지금 이 상황을 잠시 지나면 지나갈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그렇게 생각했었더라면 초기 대응이 조금이라도 신속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모쪼록 인하대병원 측의 옳은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고령자든 기저 환자든 누구도 메르스로 생명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곽효정(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