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으나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50대 남성이 5일이 지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다른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369명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 보건 당국은 전북 김제에서 전날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A씨(59)가 8일 질병관리본부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북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는 순창의 B씨(72·여)를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났다.
A씨는 지난달 28일 장모의 병문안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가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로 돌아온 A씨는 지난 1일 C병원에서 두드러기 치료를 받았다. 이어 3일 고열 증상을 보여 D병원을 찾았고 이 병원은 진료한 뒤 즉시 보건 당국에 보고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A씨가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고 A씨의 고열 증상이 가라앉자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5일 E병원에서 CT 촬영을 했고 F병원에 이틀간 입원했다. A씨는 7일 오전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발생·경유 의료기관 명단에 자신이 병문안 갔던 삼성서울병원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보건 당국에 알렸고 즉시 격리 조치됐다. 그러나 A씨는 앞서 지난 3일 고열 증상을 보인 후 격리되기 전까지 나흘 동안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생활했고 다른 병원 등을 방문·입원하는 과정에서 369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현재 전북 지역의 한 국가지정 격리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도 보건 당국은 A씨와 접촉한 가족과 의료진 등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지를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 대상에 오른 의사 부부가 보건 당국과 협의 없이 국외로 출국했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으나 여전히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에 요구한 확진환자의 동선, 심포지엄 참석자 연락처, 응급실 내 접촉자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로부터도 역학조사 결과를 아직 받지 못했는데 실시간 역학조사 결과와 실시간 확진환자 공개가 절박하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결과를 받아야 확진환자들의 동선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격리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반발하자 삼성서울병원은 뒤늦게 요청받은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광주·순창=장선욱 김용권 기자
[메르스 이번주 고비] 감염 모른채… 김제 50대, 확진 판정 전 369명 접촉 비상
입력 2015-06-09 03:00 수정 2015-06-09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