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첫 환자 진료하다 감염… 완치 퇴원한 365서울열린의원 의사

입력 2015-06-09 02:25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격리 치료를 받던 5번 환자(50·사진)가 8일 퇴원했다. 국내 메르스 환자 중 두 번째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5번 환자는 1번 환자(68)를 진료했던 서울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 의사다.

그는 퇴원 직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언론 인터뷰를 갖고 “증상이 나타난 뒤 금방 메르스를 의심해 치료받았기 때문에 빨리 회복된 것 같다”며 “조기진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감환자가 호소하는 몸살 증상보다 심하지 않았다”면서 “한때 열이 40도 가까이 오르고 근육통도 있어 사나흘 힘들었지만 5일째부터는 해열제로 쉽게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1주일째부터는 증상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를 이겨내려면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투명한 정보를 토대로 신속하게 진단하고, 확진 판정 뒤에는 환자가 의료진을 신뢰하며 치료에 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환자 접촉부터 완치까지 4주간의 기록=그는 지난달 18일에 1번 환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만났다. X선 촬영 등으로 폐렴 증상이 심하게 보이는 환자를 10분 넘게 문진했다. 환자와의 거리는 50㎝ 정도밖에 안 됐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적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그는 “우리 병원에 다니던 환자라 잘 알고 있었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여 10분 이상 상담했다”며 “X선뿐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도 폐렴 소견이 너무 심해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 보냈다”고 말했다. 메르스 증상이 심해지면 폐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틀 뒤인 20일 보건 당국으로부터 1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라는 연락을 받았다. 의사지만 그때만 해도 메르스라는 질병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란 설명을 들었고, 감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세심하게 자신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에는 메르스 전염력이 확실하지 않아서 ‘주의하자’는 상태였다. 마스크를 쓰고 이틀 동안 진료를 했다. 그런데 2차 환자가 나오자 ‘전염력이 없는 게 아니구나’ 하고 더 이상 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24일이었다. 소화가 잘 안 됐다. 이튿날부터 열이 나고 근육통이 생겼다. 미열이었지만 메르스가 의심돼 보건 당국에 연락했다. 그는 2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입원했다. 아프자마자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간 셈이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3, 4일 동안은 힘들었다고 한다. 항바이러스제 주사를 맞고 사흘째부터 수액 치료를 받았다. 열이 심할 때는 39.7∼40도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내렸다. 대증 요법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독감도 걸려봤는데 독감의 아픈 정도가 ‘7’이라면 메르스는 ‘3∼4’ 정도로 다른 분들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며 “소화가 잘 안 됐는데 메르스 증상인지 처방받은 약(인터페론)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사지만 처음 접해보는 질병이다 보니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 특히 메르스 합병증으로 거론되는 신장 질환에 대해 걱정했다고 한다. 다행히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격리병상의 생활은 불편하지 않았으나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잘못된 사실들이 인터넷 등에 떠도는데 사실과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가장 답답했다”고 했다.

◇“조기진단이 중요…병원 공개 빨랐어야”=메르스에서 완치된 환자인 동시에 메르스 환자를 접했던 의사로서 그는 “조기진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빨리 진단을 받고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은 게 자신의 완치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병원 공개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입장에서는 안 좋은 면이 있겠지만 운영은 운영이고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라며 “큰 문제없이 전체적으로 메르스가 진정된다면 (병원 운영 타격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메르스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진단과 치료가 제때 이뤄진다면 충분히 치료되는 질병이라는 의미다. 병원이 모두 공개된 만큼 병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경우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는 “지금까지는 열이 나면 메르스 환자인데도 그냥 감기 치료를 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병이 많이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한 게 문제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공동취재단

thursda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