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첫 번째 물결서 두 번째로 이동 시점 슈퍼 전파자 관리 소홀 ‘뼈아픈 실책’

입력 2015-06-09 02:03

현재 메르스 유행은 최초 확진자인 1번 환자(68)에 의한 ‘첫 번째 물결(first wave)’이 끝나고 14번 환자(35)와 16번 환자(40)가 일으키는 ‘두 번째 물결’의 한복판에 있다. 보건 당국이 첫 번째 물결에서 두 번째 물결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첫 번째 물결 때 제대로 했다면=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확진 환자 대부분은 지난달 20∼28일 고열·기침·호흡곤란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 1번 환자에게서 옮은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발현된 것이다. 메르스 증세가 발현됐다는 것은 다른 환자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사망한 3번 환자(76) 등 23명에 달한다. 이 시기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환자들은 관리망에 있다”며 안심하라고 당부했었다. 관리 미흡을 인정하고 ‘전수 재조사’에 착수한 건 지난달 28일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역학조사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은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와 16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바이러스를 옮긴 뒤였다. 14번 환자는 평택굿모닝병원을 거쳐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이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는 8일 현재 35번 환자(38) 등 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를 메르스 환자로 인지하지 못한 데는 보건 당국의 책임이 크다. 또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오면서 버스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도 6명 이상과 접촉한 걸로 확인됐다.

16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나와 지난달 25∼27일 대전 대청병원에 입원했고, 건양대병원에는 지난달 28∼30일 입원했다. 이들 병원에서 7명씩 환자를 감염시켰다. 두 번째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14번, 16번 환자는 보건 당국이 전수 재조사를 하기에 앞서 평택성모병원에서 나왔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슈퍼 전파자 3명뿐일까=현재까지는 1번·14번·16번 환자가 바이러스의 확산 통로다. 이들의 공통점은 증상 발현에서 확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고,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들과 유사한 슈퍼 전파자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32번·33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병문안을 갔다가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32번 환자는 지난달 23일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고, 33번 환자는 지난달 21일 증상이 시작됐다. 열흘 가까이 확진 판정이 늦어지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

입원 환자와 달리 근무시간 외 이동이 자유로운 의료진도 병원 밖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 의료진인 34번 환자(25)는 지난달 20일 증상이 시작됐는데 지난 4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43번 환자(24·여)도 지난달 29일 증상이 나타났고 지난 6일 확진됐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는 1600명이 모이는 대형 행사에 참석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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