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2차 메르스 유행’이 정점을 맞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첫 감염 뒤 사태 종료까지 25일이 걸렸다. 비슷한 상황 전개를 가정하면 삼성서울병원의 2차 유행은 오는 20일 전후로 마무리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중심이동=첫 환자인 A씨(68)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바이러스를 집중적으로 퍼트린 시기는 지난달 15∼17일이다. 입원 첫날인 15일부터 계산해 25일째인 8일, 처음으로 이 병원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A씨에게서 직접 감염돼 가장 마지막으로 확진이 발표된 환자는 전북 순창의 51번 환자(72·여)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12∼21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병원 내 3차 감염자도 7일 발표된 52·53번 환자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평택성모병원이 더 이상 메르스 사태의 중심이 아님을 뜻한다.
대신 지난 주말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곳에서 8일 하루에만 17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모두 25∼27일 응급실에 있었던 사람이다. 보건 당국은 14번 환자로 인한 3차 감염자로 본다. 감염자 가운데 의료진 2명이 추가로 포함됐고, 10대 환자도 나왔다.
평택성모병원의 1차 유행이 25일간 지속됐음을 감안할 때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비슷한 기간 동안 추가 환자가 잇따를 수 있다. 14번 환자가 입원한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오는 20일을 종료 기간으로 예측할 수 있다.
◇‘감염 의심자’ 관리가 관건=두 병원이 처한 상황이 달라 ‘2차 유행’은 조금 더 일찍 끝나거나 더 길어질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보건 당국이 초기에 놓친 감염자가 많았다. 25일간 이어진 것은 통제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부는 병원 내에서 또 다른 전염을 일으키면서 환자 발생 기간이 연장됐다.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한 당국의 조치도 약 3일의 시차가 있었다. 14번 환자는 입원 후 3일이 지난 지난달 30일 확진됐다. 늦긴 했지만 평택성모병원과 달리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격리 대상자 관리만 잘 이뤄지면 2차 유행은 1차 유행에 비해 빨리 끝날 수 있다.
다만 감염 의심자가 많아 관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14번 환자에 노출된 사람만 893명이다.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34명에게 노출된 사람도 1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1∼2명이라도 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면 2차 유행 종료 지점은 더 멀어지게 된다.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대전의 병원 2곳도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8일 추가된 감염자 6명 가운데 4명은 대전 대청병원, 2명은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했다. 16번 환자는 지난달 28일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 약 3시간 머무르고, 이어 30일까지 10층 병동에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청병원의 경우 지난 3일부터 16번 환자가 있던 병동의 환자를 의료진과 함께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코호트 격리’가 이뤄지고 있다.
◇메르스 검사 건수 줄어=보건 당국은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2차 유행도 곧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현재 메르스 검사 진행 건수는 76건으로 지난 6일의 98건, 7일의 125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메르스 감염자가 87명으로 늘면서 이들이 거친 병원도 추가로 공개됐다. 평택에서는 새서울의원이 지난달 26일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 수원의 차민내과의원은 지난 3일 외래로 감염자를 받았다. 부산 사하구의 임홍섭내과의원에는 지난 3일과 4일 환자가 방문했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10명은 상태가 불안정하다. 첫 환자 A씨는 상태가 호전됐지만 아직도 기도에 관을 넣어 기계로 호흡을 돕는 처치를 받고 있다.
8일 사망한 80세 남성은 지난 3월부터 폐렴으로 입원한 상태였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한 사망인지, 기존의 폐렴으로 인한 사망인지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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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9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