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서 비키니 입은 흑인 소녀까지… 美 백인경찰 또 무리한 체포 물의

입력 2015-06-09 02:43

미국 텍사스의 백인 경관이 수영장에서 흑인소녀를 체포하기 위해 권총을 꺼내들어 주변의 10대들을 위협했다.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을 촬영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이 경관은 즉각 직무정지됐고, 소속 경찰서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발단은 지난 5일 오후 7시15분쯤(현지시간)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텍사스 매키니 주택가 수영장에서 흑인 10대들이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에서 비롯됐다. 신고를 받고 경찰차 10대가 출동했다. 에릭 케이스볼트 경관도 그중 한 명이었다. 동영상을 보면 현장에 도착한 케이스볼트 경관은 전력질주하며 달아나는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그리고 길가에 서 있는 주변의 아이들을 닥치는 대로 땅바닥에 엎드리도록 명령하고 수갑을 채웠다. 비키니 차림으로 서 있던 10대 흑인소녀들에게는 “이곳을 벗어나라”고 소리쳤다.

그중 투덜대며 돌아서는 소녀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끌고 땅바닥에 눕혔다(사진(1)).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경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에 주변의 10대 소년들이 달려오자 케이스볼트 경관은 권총을 꺼내들어 이 아이들을 겨냥했다. 동료경찰 2명이 제지해 케이스볼트는 권총을 거뒀으나 대신 바닥에 쓰러뜨린 소녀의 등에 자신의 체중을 싣고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소녀가 울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케이스볼트 경관은 제압하는 자세를 한동안 풀지 않았다(사진(2)).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브랜든 브룩스는 “경찰은 무고한 행인들과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수갑을 채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논란이 빚어지자 브라이언 루밀러 매키니 시장은 “경찰은 전문가답게 행동해야 하고 상황에 맞게 절제해야 한다”고 과잉진압을 비판했다.

이에 매키니 경찰서는 케이스볼트 경관을 직무정지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며 2008년 ‘올해의 경찰’에 선정되기도 했다. 체구는 작지만 무술에 능하고, 헬스강사를 지낸 적도 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