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삼성서울병원 직격탄… 외래환자 30∼40% 급감

입력 2015-06-09 02:34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이 8일 오후 메르스 조사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WHO 조사단은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닷새 동안 조사 활동을 벌인다.인천공항=김지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경유(방문) 병·의원의 명단이 공개된 후 해당 의료기관들은 외래환자가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경기도 평택의 해당 의원들 중에는 임시 휴진하거나 외래진료를 중단하는 곳도 줄을 이었다.

◇명단 공개 병원 ‘발길 뚝’, 아예 휴진하기도=3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명단 공개 이튿날인 8일 평소보다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사람들로 붐볐던 병원 로비와 대기실은 썰렁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등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매달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강모(55·여)씨는 “예약을 한 달 뒤로 미루려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불안해했다.

병원 앞에서 대기하던 택시도 평소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가족 간병 때문에 병원을 찾은 차모(48·여)씨는 “택시 기사가 병원 입구까지 태워줄 수 없다고 해 (간병에 필요한) 짐을 잔뜩 들고 큰 길에서 걸어들어와야 했다”며 “마스크까지 쓰고 병원에 가자고 하니까 택시 잡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병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예약 취소가 늘어 외래환자가 평소보다 30∼40% 정도 줄었다”면서도 “응급실 외에는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입원 환자가 메르스 때문에 퇴원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70대 환자가 나온 건국대병원도 내원객이 크게 줄었다. 병원 정문 출입구 유리에는 메르스 환자 발생을 알리는 대형 공고문이 붙었고 외래환자 접수창구는 인적이 뜸했다.

경기도 평택 평택365연합의원은 명단 공개 직후 문을 닫고 14일까지 휴진에 들어갔다. 이 의원 관계자는 “의료진 절반이 격리돼 병실을 폐쇄하고 외래환자만 받았는데 정부 발표로 당분간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10명이 거쳐 간 것으로 전해진 평택굿모닝병원은 외래환자를 받고 있지만 접수창구는 한산했다. 평택박애병원도 이날 병원 방문객은 평소의 60% 수준이었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경유 병원일 뿐인데 자세한 설명 없이 병원명만 공개한 탓에 기피 병원으로 낙인이 찍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환자가 거쳐 간 수원의 가톨릭성빈센트병원도 적막감이 감돌 정도였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외래환자가 예년 같은 시기에 비해 3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휴업, PC방·노래방으로 몰리는 학생들=메르스 확산 여파로 서울 강남·서초구와 경기도 7개 지역 학교가 일제히 휴업에 들어간 8일 학생들은 대낮부터 PC방이나 노래방을 찾았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번화가에 위치한 한 대형 PC방은 오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PC방 종업원은 “평소 오전에는 일반 손님도 거의 없는데 오늘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노래방과 당구장도 오전부터 학생들의 출입이 이어졌다. 수지구 풍덕천동의 한 가족노래연습장에는 오전부터 학생 40여명이 다녀갔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휴업에 대책 없이 방치됐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평택=강희청 기자, 문수정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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