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유통 체인 세포라(Sephora)에서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는 한 임원은 2013년 8월 한국을 찾았다가 LG생활건강의 ‘빌리프’ 매장을 방문했다. 빌리프는 영국 허브숍 네이피어스 원료를 토대로 LG생활건강이 만든 브랜드. 하지만 해당 임원은 빌리프가 수입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해 원료를 공급한 네이피어스 측에 브랜드를 들여올 수 있는지 문의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해당 임원은 빌리프 품질과 용기 디자인을 확인한 뒤 외국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빌리프는 지난 3월 말 미국 세포라 33개 매장 및 온라인몰에 입점해 판매에 들어갔다. 빌리프 제품은 입점 두 달여 만에 세포라 온라인몰 ‘모이스처 라이저’ 카테고리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 K-뷰티 대표상품인 한국 화장품 판매가 늘고 있다. 교포 중심이던 고객이 현지인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내 화장품의 미국 수출액은 7285만3000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1억5505만 달러)의 절반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에도 62.3% 늘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따돌리고 국산 화장품 3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미국 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진출 브랜드와 매장 수도 크게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자사명과 같은 최고급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미국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기준 미국 61개 백화점에 들어가 있다. 북미 세포라 199개 점포에서도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설화수’, 2014년에는 ‘라네즈’도 미국에 상륙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매출은 2010년 12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49억원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토니모리가 출시한 ‘뽀뽀 립밤’은 지난 1월 세포라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 베스트 10’에 뽑히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국내 화장품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는 단계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K뷰티, 美시장 본격 상륙… 고가 화장품부터 중저가까지 뜨거운 인기
입력 2015-06-0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