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다시 올 수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긴축발작은 2013년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폭락한 현상을 말한다. 당시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가 오를 것으로 판단해 투자금을 회수해 미국에 투자했다.
또 금리 인상 시 가계,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상환 부담 증가, 투자손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으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실물경제까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잠재위험을 막기 위해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거시건전성 정책 활용 등 대응책도 제시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후루사와 미쓰히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신흥국은 경제구조 개선과 건전한 통화·재정·외환 정책을 통해 거시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선진국은 건전성 정책을 활용해 금융 불안정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은 확장적 통화정책만이 금융위기 해결책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초기 위기관리 단계에서는 중앙은행 역할이 중요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금융건전성 회복이 중요한 위기 해결 단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콘퍼런스에는 IMF, OECD 등 국제기구와 각국 중앙은행 인사, 국내외 경제학자들이 참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번 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개회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통위에서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모든 것(Everything)”이라고 짧게 답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소비 위축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재는 “메르스가 어떻게 될지 내가 묻고 싶다”며 구체적 입장은 나타내지 않았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이주열 “美금리 인상 따른 긴축발작 대비를”
입력 2015-06-09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