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현수] 격리대상자, 불편해도 책임의식 가져야

입력 2015-06-09 00:30

지침을 어기는 메르스 격리대상자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자택격리 상태인데도 골프를 치러 서울에서 전북 고창까지 내려가는가 하면, 개인적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가 강제 귀가조치 당한 대전의 격리대상자도 나왔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을 찾아내 자택과 시설에 격리조치하고 있다. 문제는 자택에 격리된 사람들이 사태의 ‘무거움’을 깨닫지 못한다는 데 있다. ‘불감증’이 심각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격리대상자가 격리에 불응할 경우 300만원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항에 시설 격리를 강제하는 문구를 추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주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간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개인적 의견이라면서 “지침을 어기고 공공장소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염 가능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침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다면 상해죄, 적어도 과실치상죄를 적용해 엄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현실성은 없다고 본다. 감염경로를 100% 단정할 수 없다는 전염병의 특성 때문에 형사처벌이 가능할 정도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것도 아니다. 자택 격리자가 모두 메르스 감염자이진 않다. 정부의 부실한 초동대응으로 피해를 본 격리대상자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과격한 의견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격리대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지침’을 바라보는 시각은 ‘형사적 책임’에 맞먹을 정도로 진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초기 대응 실패의 뒷수습으로 정신이 없다. 2300명이 넘는 격리대상자를 일일이 관리·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메르스 확산 사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격리대상자들이 개인의 불편보다 ‘공공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데 있다.

정현수 사회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