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 출사표-신세계] ‘유통 명가’ 역량·인재 총결집… 국제수준 랜드마크형 면세점 만든다

입력 2015-06-09 02:46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왼쪽 건물)과 SC은행 명동 제일지점(오른쪽) 전경. 신세계는 8일 백화점 본점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전환하고 SC은행 건물을 고객 서비스시설로 특화해 국제적 수준의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을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세계 제공

유통 기업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쟁탈전이 본격 시작됐다. 관세청은 지난 4일 신규 면세점 신청 사업자 설명회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에 입찰한 기업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을 뽑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에 도전한 기업은 총 21곳. 대기업 7곳과 중견·중소기업 14곳이다. 기업들이 각각 어떤 창과 방패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신세계는 85년 역사를 가진 유통 명가로서의 그룹 역량을 결집해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가 준비한 무기는 오랜 경험과 현재 상황을 분석해 도출해낸 것으로, 기존 면세점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비책이다.

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한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최고의 전문가 집단을 포진시켰다. 이번 면세점 사업을 이끄는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및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호텔신라의 면세사업을 성장시킨 주역으로 면세사업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CEO다. 현재 면세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 정준호 부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20년 넘게 해외사업을 운영해 글로벌 트렌드와 감각에 정통한 최고의 전문가다. 신세계조선호텔 정준영 고문은 호텔신라 상무이사(면세담당), 파라다이스 면세점 대표를 지낸 면세 전문가다.

면세산업은 국제적인 경쟁 산업으로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 면세점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중국 역시 지난해 하이난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개장했다. 기존 면세점 모델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가 기존 면세점과 확실히 차별화된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을 기획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세계는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전환하고 인근 SC은행 명동 제일지점 건물도 고객 서비스 시설로 특화해 국제적 수준의 면세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성영목 사장은 8일 “판매공간 위주인 기존 면세점과는 확실하게 차별화해 국내 면세산업 및 관광산업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수준의 ‘랜드마크’형 면세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가 새 면세점 입지로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남산을 잇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선정한 것은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의 정책적 취지를 살리는 한편 현재 기존 면세점들 때문에 빚어지는 교통소통 개선 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명동은 최근 5년간(2010∼2014년) 방문율이 10.9% 포인트 높아졌다.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내수경기 진작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넘치고 이를 수용할 면세 공급이 부족한 명동 지역에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서야 경기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신세계는 보고 있다. 명동 지역에는 현재 면세점이 턱없이 부족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가 수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20∼30분간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 본점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명동-신세계면세점-남대문시장-남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백화점, 남대문시장 등 다양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게 되고 지역경제 및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