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 불법 베란다 철거 첫 판결

입력 2015-06-09 02:37
불법 확장한 건축물이 이웃 건물 거주자의 일조권을 침해할 경우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서울 서초구 A빌라 주민 정모씨 등 6명이 일조권을 침해당했다며 이웃한 B빌라 건축주 2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빌라 주민 6명에게 8070만원을 지급하고 불법 확장한 베란다를 철거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정씨 등 A빌라 1·2층 주민들은 2009년 완공된 이 빌라를 분양받아 거주해 왔다. A빌라 남쪽에는 2층짜리 단독주택밖에 없어 일조권에 문제가 없었다. 2013년 10월 B빌라 건축주들이 단독주택을 사들여 철거하고 지상 4층짜리 빌라를 지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정씨 등은 “B빌라 신축으로 햇볕이 안 들어온다”며 지난해 5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B빌라 건축주들은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빌라를 완공하고 사용승인을 받았다. B빌라 4층에 23㎡ 넓이의 베란다도 확장했다. 이에 정씨 등은 추가로 베란다 확장 부분 철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빌라 신축 이후 A빌라 1·2층 주민들은 하루 총 일조시간이 4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연속 일조시간도 2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며 “불법으로 늘린 베란다는 건축법 관련 규정을 위반한 데다 이로 인해 일조권 침해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에 정씨 등은 철거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접 주택의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불법 확장 부분의 철거를 명한 것은 처음이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B빌라의 신축으로 주민들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공 조망권 및 사생활이 침해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