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하이닉스式 상생협력 임금공유 두루 확산돼야

입력 2015-06-09 00:30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인상분의 일정액을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임금 공유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노측이 임금 인상분(3.1%) 중 10%(0.3%)를, 사측이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추가로 10%(0.3%)를 협력사에 제공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SK하이닉스 인건비가 지난해 1조6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원 규모는 60억원 정도가 된다. 이 재원은 경기도 이천, 충북 청주 사업장 협력사 직원 4000여명의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안전·보건환경 개선에 활용된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평균 150만원가량의 지원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그간 원가 절감이나 신기술 개발 등에 따른 성과를 협력사와 나눠 갖는 사례는 일부 대기업에서 있었다. 하지만 임금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국내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됐던 점을 고려할 때 약자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된다.

특히 ‘귀족 노조’라고 비판받아 온 여타 대기업 노조와 달리 SK하이닉스 노조가 자신의 월급봉투를 열어 협력사와 상생하는 통근 결단을 한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이번 결단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의 실제 임금인상률은 3.1%에서 2.8%로 줄어든다. 그러나 협력사 사기 진작으로 인해 돌아오는 파급 효과는 그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된다는 얘기다. 노조에 화답한 사측의 결정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 같은 상생의 기운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야 한다. 다른 대기업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쳐 제2, 제3의 동반성장 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현재 출구를 찾지 못하는 노동개혁도 SK하이닉스 노사처럼 상생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