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여자 아이처럼 뛰어 보세요’ 실험했더니 20대女 ‘어설픈 폼’ 소녀는 ‘힘찬 동작’

입력 2015-06-09 02:37

[친절한 쿡기자] 여자아이는 영화와 만화에서 대부분 약자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악당에게 붙잡혀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립니다. 때로는 울음을 터뜨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높은 곳에서는 주인공의 손을 놓쳐 떨어집니다. 악당을 피해 달아날 때면 꼭 넘어집니다. 그렇게 위기를 키웁니다. 그런 여자아이를 보는 영화 관객과 만화 독자는 속이 터집니다. “여자아이는 악당보다 위험한 존재”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트위터는 8일 여자아이에 대한 이런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캠페인 영상으로 요동쳤습니다. 미국의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가 전개하고 있는 여권신장 캠페인 ‘올웨이즈(Always)’의 실험영상이 전날 밤 우리나라 네티즌에게 소개되면서입니다.

실험은 여러 연령층의 남녀 참가자들을 카메라 앞에 홀로 세우고 “여자아이처럼 연기하라”며 달리기, 던지기, 싸움 등의 동작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은 영화와 만화 속 여자아이를 그대로 묘사했습니다. 두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말이죠. 20대 여성들마저 이런 모습으로 연기했습니다.

반면 ‘진짜 여자아이’들은 달랐습니다. 10∼12세 여자 참가자들은 두 팔을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력으로 질주했습니다. 던지는 동작에서는 투포환선수처럼 몸을 날렸습니다. 싸움 동작도 남자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여자아이는 연약하고 수동적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실험 결과입니다. 이들에게 ‘여자아이처럼’은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었던 겁니다.

이들은 실험을 마치고 “여자아이처럼 연기하란 말을 어떻게 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사진).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나약한 모습을 연출하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거나 “이길 생각이 없는 모습을 연기하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다른 성별 및 연령대의 참가자들과 확연하게 다른 대답입니다.

우리 네티즌들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뒤늦은 반성이 타임라인으로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10∼12세 여자 참가자들의 대답에 소름이 돋았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다” “여성이면서도 ‘여자아이 같다’는 말을 들으면 화를 냈다. 모순적으로 살았다”고 했습니다. 캠페인 영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보호할 대상입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체력과 정신력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을 성별로 구분하고 한쪽에 부정적인 편견을 씌우는 것은 보호가 아닙니다. 잘못이죠.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