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마트폰, 철옹성 日 시장 뚫어라… ‘계급장’까지 뗀 삼성·LG전자

입력 2015-06-09 02:59
삼성전자 갤럭시 S6엣지
LG전자 디즈니폰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보수적인 일본시장을 뚫기 위해 회사 이름까지 지우는 파격적인 결단을 하고 있다. 한국 제품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줄여 일본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줄이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NTT도코모, 월트 디즈니 재팬과 협력해 ‘디즈니 모바일 온 도코모 DM-01G’를 일본시장에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 모델은 LG전자의 G3를 바탕으로 특화 기능을 추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제품 어디에도 LG전자 로고가 없다는 점이다. NTT도코모와 월트 디즈니 재팬 측이 LG전자 로고를 넣지 않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즈니 모바일 온 도코모’ 시리즈는 8개 모델이 있는데 다른 제조사에서 만든 것도 로고가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일본에서 판매 중인 다른 LG전자 스마트폰에는 모두 LG전자 로고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시장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출시하면서 삼성 로고를 뺐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는 전·후면에 모두 삼성 로고가 들어간다. 일본만 특별히 삼성 로고를 없앤 것이다. 제품 후면에는 브랜드 이름인 갤럭시만 들어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회사 로고를 포기하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외국 기업 제품에 보수적인 일본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이 회사 이름까지 버리면서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건 일본시장이 그만큼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휴대전화 시장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자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피처폰 ‘갈라K’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갈라K는 외부와 격리된 생태계를 가진 갈라파고스의 앞 글자와 일본어로 휴대전화를 뜻하는 ‘게이타이’의 K를 붙인 합성어다. 일본은 피처폰 시절부터 무선인터넷 사용이 활성화돼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주요 가전 양판점과 인터넷 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일본 BCN랭킹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판매 1위는 애플 아이폰6다. 나머지 상위권에는 소니, 교세라, 샤프, 후지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6의 판매 순위는 35위, 갤럭시S6 엣지는 51위에 그쳤다. LG전자에선 일본 특화 제품으로 내놓은 ‘이사이 VL’이 47위로 가장 높았다.

아이폰의 경우 일본 이통사들이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을 위해 사실상 공짜폰으로 판매하면서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 큰 차이가 없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일본 업체의 선호도가 높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