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료 제출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묻지마 반대’도 안 돼

입력 2015-06-09 00:30
사흘간의 일정으로 8일 시작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첫날 국회 인사청문회는 매끄럽지 못했다. 여야가 황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통에 정작 청문회의 본령인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장으로 철저한 검증을 하려면 충분한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황 후보자는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817건 가운데 519건만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인 변호사 시절의 전관예우 및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된 결정적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중에는 여야 합의로 요구한 자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인사청문회를 형해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까닭이 없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도 변호사법 위반(비밀누설 금지)을 이유로 수임 내역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었다. 이후 국회는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이른바 ‘황교안법’을 만들었는데도 황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때와 마찬가지로 비밀 누설을 이유로 변호사 시절 수임한 19건의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심지어 출신학교에 가면 쉽게 뗄 수 있는 학생기록부마저 제출하지 않았다. 이러니 의혹들이 잦아들지 않는 것이다.

도덕성 못지않게 공직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의 하나가 능력과 자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덕성 문제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도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 재현됐다. 새정치연합은 황 후보자가 도덕성은 물론 능력 면에서도 ‘무능정부’를 ‘유능정부’로 바꿀 수 있는 적임자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도덕성에 흠결이 없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황 후보자는 국회가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근거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