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의 주인공은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은 항상 대기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본토 친척 아비가 사는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과 애굽, 다시 가나안에 이르렀지만 그는 항상 이주를 준비했던 사람입니다. 본문에서도 아브라함은 장막 문에서 오실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누가복음 12장 36절에 “주인이 혼인집에서 돌아와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종의 자세입니다. 사람 셋이 맞은편에 있는 것을 본 아브라함은 달려가서 그들을 영접합니다. 몸을 땅에 굽혀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하건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소서”라며 정중하게 간청합니다. 그리고 천사를 장막으로 모셔온 뒤 급히 장막에 있는 아내에게 고운 가루로 떡을 만들게 합니다. 하인들에게는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 요리하게 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주인을 대접하는 종의 자세입니다.
이것은 평소 나그네를 대접했던 아브라함의 자세를 말해줍니다. 만일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해야 할 일이었다면 급히 요리하는 열심을 보이기보다는 허기나 면할 정도의 음식으로 대접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식사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준이든지, 대충 종들을 시켜서 준비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종이 주인을 위해 큰 잔치를 준비하듯 행동합니다.
아브라함은 그 손님들이 하나님의 사자였으며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무거워 부르짖는 아우성이 사실인지 확인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 자세를 더욱 낮춥니다. 그리고 음식을 준비할 때 서두르는 모습과 다르게 차분하고 끈기 있게 간청합니다. ‘의인을 악인들과 함께 멸하지 않게 하려는’ 입장을 갖고 부르짖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를 상대로 끈질기게 소돔과 고모라를 건지기 위해 간청합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모습은 대접받는 일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섬기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는 우리들의 모습과 전혀 다릅니다.
이런 아브라함의 자세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는 부요해졌어도 주인을 섬겨야 할 행복한 종의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멸망해 가는 이웃을 보고 모른 척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사랑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웃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 생명은 귀중히 여겨야 하는 사랑의 대상으로 본 것입니다. 그는 범죄에 빠진 이웃이라도 끝까지 도우려는 기도의 열정을 가졌습니다. 부지런함과 끈질김으로 종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아브라함의 모습을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아브라함은 부유했지만 결코 주인의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은 우리의 인생이 어떤 방향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입니까. 말로만 “주여 주여”를 외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종, 섬김의 자세를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재철 목사(나주 노안서광교회)
[오늘의 설교] 부지런함과 끈질김으로
입력 2015-06-09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