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서 캐스팅은 더 이상 감독이 독점하는 영역이 아니다.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캐스팅에 목소리를 낸다. 대중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가차 없다. 캐스팅에서 작품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이다.
요즘은 시청자들도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웹툰, 만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늘면서 이런 추세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가상 캐스팅이 화제다. 지난달 남자 주인공 ‘유정’ 역에 배우 박해진이 캐스팅되면서 웹툰 독자들의 가상 캐스팅 열기도 뜨거워졌다.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는 여주인공과 또 다른 남자주인공, 여러 조연들에 대한 가상 캐스팅이 다양한 버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아이돌이 배역을 맡으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 ‘누구는 이런 이유로 안 된다’는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을 드라마로 만들기로 한 제작사 에이트웍스는 남자주인공 외에 다른 배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 편성, 드라마 감독 등이 결정된 뒤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하겠다는 입장이다.
2010년부터 연재 중인 ‘치즈 인 더 트랩’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여대생 홍설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0대 대학생들의 꿈, 취업, 연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배우가 공공연하게 캐스팅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기 웹툰이나 만화는 드라마화가 확정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런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생겼다. 어떤 배우는 시청자들의 가상 캐스팅에 언급된 이후 실제로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하는 일도 있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 대한 가상 캐스팅에서는 등장인물과의 ‘싱크로율’이 가장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크게 인기를 얻은 드라마 ‘미생’이나 ‘냄새를 보는 소녀’는 원작의 등장인물과 배우의 높은 싱크로율도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싱크로율이 너무 떨어지면 원작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방해할 수 있어 캐스팅 담당자들도 이 점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싱크로율’만으로 캐스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 드라마 PD는 9일 “싱크로율은 이미지나 외모에 좌우되는데 그것만으로 극의 완성도를 끌어 올릴 수는 없다”며 “얼마나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 제작진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등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이 만화, 드라마 만들면 주인공엔 이 배우가 딱!… 웹툰·소설 가상 캐스팅 화제
입력 2015-06-10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