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3) ‘제복영화’를 그리며

입력 2015-06-09 00:20
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한 신문이 국내 영화 관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 여름(6∼8월) 기대하는 영화 중 하나로 ‘연평해전’이 꼽혔다. 요즘 세태에 비추어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군인들의 이야기가 기대작에 포함돼 있다는 게 놀라우면서 반가웠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잘못된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나라를 지키는 제복’에 대한 존경심과 자긍심을 잃어버렸고, 그 같은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는데 영화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를 보라. 단순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넘어 훌륭한 ‘제복영화’가 하나의 메인스트림을 이룬다. 알 파치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여인의 향기’(1992)가 한 예다. 파치노가 연기한 프랭크 슬레이드가 영화 말미에 학생들에게 고자질을 시키는 학교 측을 꾸짖는 사자후를 토하면서 자신을 “퇴역 미국 육군중령”이라고 밝힐 때의 그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라니. 본인만 자부심을 갖는 게 아니다. 영화는 내내 슬레이드가 육군중령 출신이라는 데 존경심을 보인다.

우리에게도 영화화하기에 충분한 ‘제복’들이 많다. 백선엽 장군, 채명신 장군, 김영옥 대령 등. 이들을 소재로 ‘요크상사’(1941)나 ‘패튼’(1970),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같은 멋진 영화들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동적인 ‘제복영화’가 많아져 제복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이 넘쳐나기를 고대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