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그렇게 함구하더니… 병원 전격공개 왜?

입력 2015-06-08 03:57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철저히 함구하던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24곳 전체 명단까지 전격 공개했다. 환자가 발생한 병원뿐 아니라 경유한 곳까지 포함됐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심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독자적으로 관련 정보 공개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여론의 압박에 두 손을 든 측면이 크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총력 대응체계를 갖춰 사태를 조기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개에 따른 부작용보다 국민 불안 해소가 더 급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집중적인 환자 발생 경로가 발견돼 공개 후 전격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보건 당국은 지난 4일까지 “득보다 실이 많다”며 명단 공개 요구를 일축해 왔다. 병원이 밝혀지면 국민들이 막연한 공포심에 해당 병원을 찾지 않게 되고, 인접 지역에 상당한 혼란이 올 거라는 논리였다. 각 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 치료를 기피하게 돼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지역 간 갈등과 함께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랬던 정부가 하루 만인 지난 5일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했고, 6일 D병원으로 알려졌던 삼성서울병원 공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7일 관련 병원 24곳을 전면 공개했다. 배경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확실한 병원 정보가 퍼져나가는 데 대응해야 했고, 발병 병원이 대거 늘면서 감염 의심자의 복잡한 동선을 시민과 지역사회의 협조 없이 쫓기도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마다 명단과 메르스 진행 상황 등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나서자 아예 전체 병원 공개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성남 지역에서 발생한 첫 메르스 환자의 정보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작심하고 공개한 명단은 ‘오류투성이’여서 또 다른 비난이 일었다. 복지부는 명단을 공개한 지 3시간 만에 수정된 명단을 다시 발표했다. 환자 경유 병원 중 하나인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소재지는 서울 성동구인데 경기도 군포시로 잘못 표기됐다. 다른 경유 병원인 충남 보령시 ‘삼육오연합의원’은 ‘대천삼육오연합의원’으로, 경기도 평택의 ‘평택푸른의원’은 ‘평택푸른병원’으로 각각 틀리게 나갔다. 명단이 공개된 후 군포시는 “군포에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이라는 병원이 없다”며 반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명단 공개와 함께 정부는 자택격리자를 보건소·지자체 직원과 1대 1로 연결시켜 관찰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병행키로 했다. 당국이 감염 위험자 범위를 너무 좁게 잡아 방역망 밖에서 예상 못한 감염자가 속출함에 따라 나온 조치다. 그러나 격리 대상자가 7일 2360여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추가 인력 수급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치추적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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