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크뢴 지방에 위치한 엘마우 성에서 7일(현지시간)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한 러시아와 최근 남중국해 암초 매립 문제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에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 독일을 포함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이들 7개국과 더불어 G8(주요 8개국)의 일원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원래 G8 멤버에 들지 못했던 중국이 빠진 이번 회의는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회의에 앞서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참가국 정상들과 맥주 회동을 가졌다. 정상들은 독일 토속 음식인 프레첼과 독일식 맥주를 함께하며 친목을 다졌다. 이 자리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문제가 논의됐다.
도널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대러시아 제재 기조에 변화를 논한다면 아마도 (제재를) 강화하자는 논의밖에 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지난 4일에도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재개돼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냉전시대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에 푸틴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국가들이 러시아의 무력적 행동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한다는 것은 정신이상자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오늘날 대규모 군사 충돌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이런 주장은 러시아에 대한 공포심을 만들어 경제·군사적 지원을 얻으려는 국가들의 짓”이라고 덧붙였다.
참가국 정상들은 또 최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표출된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G7 정상회의 선언의 ‘개요’에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행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법에 기초한 질서 유지에 관여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맥주 회동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간 열릴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함께할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사안은 메르켈 총리의 파트너십과 리더십 덕분에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메르켈 총리도 “미국과 독일은 때론 의견차를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한 우방이자 긴밀히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공조 방안과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을 목표로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IS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와 무하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등도 이번 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푸틴 빠진 G7, 러·中 성토
입력 2015-06-08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