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음압병상 부족 현실화… 음압 텐트까지 동원

입력 2015-06-08 03:58
메르스 환자가 급증하면서 바이러스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음압(陰壓)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한계에 이르자 보건 당국은 ‘음압텐트’를 설치해 확진 환자 및 1차 양성 판정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국가지정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병원의 음압병상도 활용하고 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7일 “국립중앙의료원을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음압텐트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을 시작했다”며 “음압텐트는 한 개당 600만원 정도 예산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음압병상은 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격리시설이다. 음압병상에 머물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외부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전국에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17개 병원에 105개가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다인실이다. 메르스 환자는 다인실도 혼자 써야 해 105개 음압병상 중 메르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곳은 44∼47개에 그친다. 현재 사망·퇴원·출국자를 제외한 확진 환자가 57명이어서 이미 부족해졌다.

여기에다 음압병상이 준비된 병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중환자실의 기계를 음압병상에서 쓰기 위해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중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부족한 장비를 긴급하게 사들이기도 했다.

복지부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메르스 지역거점 및 권역거점 의료기관을 지정키로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거점 의료기관이 되면 메르스 환자만 집중 치료하게 된다.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를 전수조사해 의심 증상이 나오는 사람은 이 병원으로 옮겨진다.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음압병상이 18개 마련돼 있다.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많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역거점 의료기관을 총괄 관리·지원하는 업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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