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메르스 확산 방지에 도움” 환영-“다 알려졌는데… 이제서야” 비판

입력 2015-06-08 03:47
정부가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병원 24곳의 명단을 공개하자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관련 명단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알려졌는데 이제야 명단을 공개한 것은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단이 공개된 병원들은 보건 당국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공개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중앙정부의 메르스 대책 총력 대응체제 그리고 공개 전환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회사원 김모(47·서울 여의도동)씨는 “병원 갈 일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어 오히려 혼란과 불필요한 공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명단 공개로 시민들이 대처할 길이 넓어져 메르스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들은 명단 공개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대전 건양대병원 박창일 의료원장은 병원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를 포함해 의료진과 실습 나온 학생 등을 모두 철저히 격리했다”며 “메르스 환자가 완벽히 격리된 병원이 오히려 청정지역”이라고 말했다.

명단 공개에 불만을 터뜨린 곳도 있었다. 평택푸른의원 김모 병원장은 “당뇨를 앓는 50대 남성 환자가 지난달 23일 몸살 증상으로 진료받고 처방전을 받아갔다”며 “이후 지난 4일 이 남성이 확진자로 됐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우리 병원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의 통보를 받자마자 병원 문을 닫았는데 잠복기 14일이 지난 마당에 병원 이름을 발표하면 어쩌자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시민들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을 정부가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명단 공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전 대청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최모(51·여)씨는 “동네 사람들은 메르스 환자가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이제야 명단을 공개하는 게 뉴스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공개한 병원들은 최근 온라인에 떠돌던 메르스 지도에 언급된 병원이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지만 일반에는 해당 병원들이 사실상 알려져 있었던 셈이다. 지난 4일 SNS와 온라인에는 한국 지도 위에 메르스 환자가 이송됐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14곳이 표시된 메르스 지도가 공개됐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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