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봉우리 2개를 가진 ‘유행곡선’을 그리며 확산하고 있다. 1·2차 유행의 양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감염의 ‘첫 번째 물결(first wave)’은 거의 지나갔고 지금은 ‘두 번째 물결’ 시기라는 게 보건 당국 설명이다. 대유행 여부는 세 번째 물결이 오느냐에 달려 있다.
7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말(6∼7일) 추가된 환자 23명 중 15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 보건 당국은 14번 환자(35)에 의한 2차 유행의 물결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었다.
그가 입원한 시기는 체내 바이러스의 양이 가장 많았던 때로 추정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감염되면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이 시작된 지 5∼7일 뒤 바이러스가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집중 배출된다고 본다. 첫 번째 환자 A씨(68)도 증상이 시작된 지 4∼6일 뒤인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이는 ‘1차 유행, 36명 감염’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21일 증상이 시작됐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은 시기에 응급실에서 수백명과 접촉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운 나쁘게 14번 주변에 오랫동안 있었던 분들의 위험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유행곡선 예측을 위해 확진자를 대상으로 증상이 시작된 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지난 2일 사이에 증상 발현이 집중돼 있었다. 1일부터 아프기 시작한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일 6명, 30·31일 각 5명이었다. 당국이 제작한 그래프를 보면 환자별 증상 발현은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하나의 봉우리를 이룬 뒤 29일부터 더 큰 봉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보건 당국은 이를 토대로 2차 유행의 정점 시기를 6∼8일로 판단했다. 14번 환자로 인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3차 감염자가 이때 가장 많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권준욱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지난달 27∼31일 응급실 입원 환자에게서 양성 판정이 계속 나오고 있고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8일까지 환자가 추가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이 시기가 지나면 환자 발생이 정체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염 의심자들이 관리망 안으로 들어와 있고 지금까지 모두 ‘병원 내 감염’이라는 게 근거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러나 “27∼29일 노출됐다면 약 1주일이 지난 요즘이 발병하는 시기가 되지만 이들이 바로 병원에 갈지, 며칠 뒤 병원에 갈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에 따라 산봉우리 곡선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2차 유행이 길어질지 (곡선이) 뚝 떨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3차 유행 가능성에 대해선 “당국의 방역 조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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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8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