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17명은 모두 14번 환자(35)에 노출된 3차 감염자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보건 당국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 통보는 이틀 뒤인 29일에야 이뤄졌다. 3차 감염은 이 환자가 일반 응급실 환자로 취급된 3일 동안 일어났다. 기민하지 못했던 보건 당국의 초동대응으로 메르스 확산세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당국 뒤늦은 통보에 3일간 응급실 무방비=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노출된 인원 893명을 파악해 즉시 통보한 뒤 격리 조치했다”고 7일 밝혔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렀던 27∼29일 의무기록과 CCTV를 분석한 결과 당시 응급실 환자 675명과 의료진·직원 218명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14번 환자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다 병세에 호전이 없자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이 환자에게는 폐렴 증상만 나타났을 뿐 중동을 여행했거나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기록은 없었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또 “환자가 자신의 아들이 최근 결핵을 앓았고, 그래서 자신도 결핵인 것 같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병원은 환자를 폐렴 환자로 간주해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를 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당시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볼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은 응급실 입원 사흘째인 29일이 돼서야 처음 통보됐다. 송 원장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고, 환자가 이를 직접 의료진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즉시 격리하고 2시간에 걸친 응급실 소독작업과 노출자 격리 조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미 감염자가 발생한 뒤였다. 7일 현재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3차 감염자는 의사 2명, 간호사 1명 등 직원 3명과 환자 7명, 응급실을 방문한 보호자 7명 등 17명으로 늘어났다. 송 원장은 “응급실은 수많은 의사와 환자가 뒤섞이는 공간”이라며 “우리가 알 수 없는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관련된 격리 대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4번 환자에 노출된 893명 외에 3차 감염자 17명에 노출된 의료진과 환자 715명에 대해서도 근무 제한과 격리 조치를 취했다고 병원은 밝혔다. 잠복기가 있는 만큼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5번 의사 참석한 국제심포지엄 의료진 중 증상 통보 없다”=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62번 환자, 간호사인 60번 환자도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감염자다. 3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있었던 응급실에 다른 환자 치료를 위해 갔었다. 62번 환자와 60번 환자는 각각 지난달 27일과 29일 14번 환자에 노출됐다.
35번 환자는 ‘밀접 접촉’ 기준인 2m 이내 접촉에 포함되지 않아 격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송 원장은 “35번 환자에게는 31일 오후 처음 메르스 증상 중 하나인 고열이 발생해 병원 격리병상으로 입원시켰고 이후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35번 환자는 30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의학심포지엄에도 참석해 논란이 됐다. 병원 측은 “당시 참석자 전원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고 35번 환자와 접촉했거나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직 그런 답변이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응급실만 통제…병원 정상 운영=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됐다. 응급실 출입구를 1개로 통제하고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유일한 출입구 앞에는 임시 메르스진단실을 만들어 응급환자의 메르스 노출 및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는 선별해 진료했다. 이 병원에서 원래부터 치료를 받던 환자 중에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메르스 감염 조사를 받은 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반면 처음으로 내원하는 환자,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온 환자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는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하루 평균 8500명가량이던 내원객 규모는 지난 1∼3일 평균 3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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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상] 삼성서울병원 “14번 환자 입원 3일 지나 통보 받아… 응급실 무방비”
입력 2015-06-0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