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오빠 사랑’ 글로 전국 백일장 대상 받는 임언희양 “오빠처럼 장애있는 사람들 늘 사랑해 줬으면”

입력 2015-06-08 02:10

“우리 오빠는 날마다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에요. 훗날 엄마·아빠가 늙어 돌아가시고 안 계시더라도 제가 끝까지 오빠를 곁에서 지키며 돌볼 거예요.”

전남 화순 사평초등학교 3학년 임언희(10·사진)양은 오늘도 오빠 손을 이끌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선다. 매일 아침 화순읍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25분 거리에 있는 남면의 학교까지 등교한다.

임양은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오빠의 등하교는 물론 오빠의 학교생활까지 챙겨주느라 여념이 없다. 오빠가 1급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출신인 엄마는 식당일을 나가고 환갑을 훌쩍 넘긴 아빠는 일용 노동을 하지만 몸이 성치 않아 병원을 자주 간다. 임양은 이런 가정형편으로 인해 오빠의 보호자 역할을 벌써 2년째 하고 있다.

임양은 “오빠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다”면서 “남들 눈에 우리 오빠는 장애가 있지만 내 마음속 우리 오빠는 장애도 없고 씩씩한 멋진 오빠”라며 활짝 웃었다.

임양은 최근 ‘2015 전국 장애 이해 개선을 위한 백일장 대회’에서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꽃보다 아름다운 내 친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4만3000여명의 초·중·고교생이 참가했다.

임양은 ‘힘내라 우리 오빠’라는 제목의 산문체 수기를 통해 지적장애 1급인 오빠와의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극복과정을 동심의 언어로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양의 현재 담임이고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최민성 교사는 “언희의 오빠에 대한 따뜻하고 진심어린 마음이 이렇게 큰 상을 받게 했다”며 “언희가 매우 대견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희영 사평초 교장도 “언희는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옆에서 오빠를 지키고, 급식실이나 운동장에서도 오빠를 도우며 항상 환하게 웃는 ‘착한 천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양은 이번 당선작 수기에서 “오늘도 자신보다 더 작은 손을 가진 오빠의 손을 잡고 학교에 왔다. 1층 도움반 교실로 오빠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2층 내 교실로 올라오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힘내.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바보처럼 울지 말고 씩씩하게 지내’”라고 썼다.

임양은 “사람들이 오빠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늘 사랑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다음 달 1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다.

화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