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6월 첫 주말인 6∼7일 이틀간 전국 유명 관광지와 대형마트 등 평소 주말에 인파가 몰렸던 곳들은 한결같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외출을 삼간 채 가족들과 집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와 같은 ‘2분기 악몽’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인 3%대를 지키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 검토에 착수했다.
◇국민들, 주말 내내 안 쓰고 안 움직였다=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방문객은 1만5000명으로 평소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전날 전국 극장을 찾은 관람객은 68만7872명으로 1주 전보다 19.2% 줄었다. 국내 대표적 관광지 제주도도 타격을 입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달 들어 중국인 3000여명, 일본인 230여명 등 제주도를 찾으려던 해외관광객 5000여명이 방문을 포기했다. 같은 기간 4400여명의 내국인도 제주도 관광 예약을 취소했다.
평소 주말 5000∼6000명의 등산객이 찾는 충북 월악산국립공원을 비롯해 2000∼3000명이 몰리는 속리산국립공원도 탐방객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등 서북부전선과 강원도 양구군 중동부전선 최전방 안보관광지는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가 역시 메르스 확산으로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이마트는 지난 1∼6일 전 매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 부근인 동탄점(-28.0%) 평택점(-25.0%)의 감소세가 특히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몰인 이마트몰 매출은 전년 대비 59.5% 증가했다. 유아를 동반하는 강의가 많은 문화센터도 강좌를 휴강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3일부터 평택, 수원, 화성 등 13개점 전 강좌를 포함해 전국에서 1200여 강좌를 휴강했다.
전국적으로 각종 행사의 연기·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서울 세종로와 강변북로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하이서울 자전거대행진 행사’가 취소됐다. 올해 7회를 맞는 자전거대행진에는 당초 5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대전시는 전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현충일 추념식을 전격 취소했다. 추념식 취소는 1985년 대전현충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강원도 동해시가 12∼14일 예정된 ‘2015 묵호항 싱싱 수산물 축제’를 연기했고, 경기도 양평군이 13일로 예정된 남한강 마라톤 대회를 10월로 연기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고속도로 차량통행량이 평소 일요일 평균인 380만대보다 적은 368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도 평소 토요일 평균인 420만대보다 적은 396만대를 기록했다.
◇정부, 추경 카드 만지작=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메르스발 경제 침체 대응방안과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처럼 (경제적으로) 많은 충격을 줄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가 있는데 일차적으로는 최대한 조기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올해 성장률 쇼크가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사실상 2%대로 낮췄다. 정부도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3.8%이던 올해 목표치를 3% 초반으로 내릴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심리, 유통·관광업 등 경제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메르스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3%대 성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부적으로 가능한 추경의 범위, 효과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 감소, 6개월째 이어지는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는 끝이 보였는데 이번 사태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더 큰 공포”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김현길 전수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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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