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사망자 5명 공통점·관리실태… 평균 72세 노령에 중증 질환자 ‘3명은 사후 확진’

입력 2015-06-08 02:02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50대인 25번 환자를 제외하고 모두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또 전부 다른 병을 앓고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목숨을 잃었다.

7일 추가 발표된 다섯 번째 사망자는 64번째 확진자다. 75세 남성인 그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숨을 거뒀고, 확진 판정은 사망 다음날에야 이뤄졌다.

64번 환자를 포함해 사망자 5명(3번, 6번, 25번, 36번)의 평균 연령은 72.2세다. 중증의 다른 병을 가진 상태였다. 첫 사망자인 25번 환자(57·여)는 천식, 고혈압, 의인성 쿠싱증후군(관절염에 의한 스테로이드 복용이 원인)을 앓고 있었다.

두 번째 사망자인 6번 환자(71)는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은 데다 4년 전 한쪽 신장 적출술을 받기도 했다.

36번 환자(82)와 3번 환자(76)는 공통적으로 천식을 갖고 있었다. 각각 세균성 폐렴 및 중증 담관암,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64번 환자는 말기 위암으로 위중한 상태에서 응급실을 찾았다. 각종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에 이른 것이다. “평소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걸려도 사망 가능성이 낮다”는 의학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사망자 5명 중 3명은 숨진 다음에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후 확진자’다. 보건 당국의 감염자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36번 환자는 지난달 30일부터 메르스 의심자로 격리돼 대전에서 치료받다 지난 3일 숨을 거뒀고 그 이후 확진을 받았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둔 25번 환자도 당국의 초기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다가 사망한 뒤에야 확진 판정이 나왔다.

‘사후 확진’이 잇따르자 허술한 방역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진원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을 가진 감염자의 병세는 급속히 나빠지는데 반해 확진 판정에는 최소 7∼9시간이 걸리다 보니 환자가 사망한 뒤 확진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민 신훈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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