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선 실시… 대통령제 개헌 갈림길

입력 2015-06-08 02:33
터키의 야당 정치인인 셀라하틴 데미르타스 인민민주당(HDP) 공동대표가 총선을 앞둔 6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유세 현장에서 한 일간지를 들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데미르타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날 쿠르드계 정당 HDP 유세 현장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2명이 숨졌지만 이 사실을 1면에 보도하는 언론이 없으며,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론 탄압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가르는 총선이 실시됐다. 아직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는 전체 의석 550석 가운데 3분의 2를 확보해 의원내각제에서 확실한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제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터키는 200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택했지만 총리가 정부 수반인 의원내각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강력한 대통령제 전환이 ‘새로운 터키’에 적합한 체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KP는 2002년 총선에서 단독정부를 구성한 이후 13년 동안 집권해 왔지만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불투명하다.

터키 여론조사업체 콘다가 지난달 22일 기업 회원들에게 제공한 설문결과를 보면 AKP의 예상 득표율은 40.5%로 조사됐다.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결과대로라면 과반인 276석 이상을 얻기 어렵다. 그 뒤를 공화인민당(CHP) 28.7%, 민족주의행동당(MHP) 14.4%, 인민민주당(HDP) 11.5% 등이 잇고 있다. 2011년 총선에서 60%에 해당하는 327석을 차지했던 AKP의 지지율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사상 최대 부패사건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적 통치 논란, 경제성장률 둔화, 실업률 증가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 틈을 타고 쿠르드계 정당인 HDP 등 야당의 약진도 눈에 띈다. 비례대표제인 터키는 전국 득표율이 10% 이상인 정당만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번에 처음 후보를 낸 HDP도 이번 총선에서 이 기준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AKP의 과반의석 확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른 반발로 터키에서는 5일 HDP 유세 현장에서 폭탄이 터져 2명이 숨지는 등 지난달 이후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