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최경환 총리 직무대행의 기자회견을 통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초강수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이달 중순을 고비로 보고 보건복지부와 4개 지방자치단체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총력 대응키로 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으르렁거리기만 하던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키로 합의한 것은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무려 18일 만에야 국력을 한데 모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기류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정부는 메르스로 온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음에도 복지부에 거의 전적으로 맡겨놓아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은 소극적이고, 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복지부와 서울시가 다투기까지 했으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일로였다. 최 대행이 관계장관대책회의를 통해 각 부처를 독려하고,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시·도지사들과 만나 상호 협력에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체제는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최 대행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지만 ‘대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참석차 영국을 다녀왔다. 경제부총리로서 경제 분야 챙기기에도 벅차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8∼10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더라도 이번 주말은 돼야 취임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각 부처를 장악하고 지자체의 협력을 유도해 행정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매일이라도 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하는 게 옳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부 회담을 갖고 ‘국회 메르스대책특위’를 설치하는 등 협력키로 합의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정치연합이 황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지만 그걸 이유로 엄중한 시기에 청문회를 미루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시시비비는 3일간의 청문회에서 얼마든지 가릴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주 초에는 국회의 메르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기 예정돼 있다. 문 장관을 불러 초기 부실 대응을 따지면서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수습 대책에 관심이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메르스 대처에 정부·지자체, 여야가 따로 없다
입력 2015-06-08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