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상장사의 17%는 외국인 보유 지분이 총수 일가족과 계열사 등 우호 지분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영권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벌닷컴은 7일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96곳의 지분 보유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4일 현재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오너 일가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보통주 기준)을 웃도는 기업이 16개사라고 발표했다. 전체의 17% 정도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18개 상장사 중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11개사 중 3곳, LG그룹이 12개사 중 3곳, SK그룹이 18개사 중 3곳, GS그룹이 8개사 중 1곳 등이다. 그룹 지배구조나 사업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곳이 대다수였다.
우선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의 지분이 29.57%이지만 외국인 보유 지분은 51.82%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딪힌 삼성물산도 총수와 계열사 등 우호지분이 19.63%로 외국인 보유 지분(33.08%)을 크게 밑돌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외국인 보유 지분율도 29.25%로 우호지분보다 8.75% 포인트 높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계획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경영권 승계를 앞둔 현대차그룹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 3곳은 총수와 우호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많아 언제든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 우호 지분이 32.02%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은 50.16%에 달한다. 현대차도 외국인 지분이 44.44%로 총수와 우호지분보다 12.48% 포인트 많은 상황이다. SK그룹의 경우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보유 지분이 53.29%로 그룹 측 우호 지분(21.09%)의 2배를 넘고,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도 44.55%로 우호 지분(37.37%)보다 훨씬 많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10대 그룹 상장사 17%, 외국인 지분이 더 많아… 16곳 오너일가·우호지분 추월
입력 2015-06-08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