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성모병원 초기대응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라

입력 2015-06-08 00:45
국내 메르스 1호 환자가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입원한 곳은 평택성모병원이다. 이 병원의 확진 환자는 7일 현재 37명으로 가장 많다. 전체 환자 중 58%에 달한다. 방역 당국의 초기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는 이 병원 사례를 보면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당국은 지난달 21일 1호 환자와 같은 병실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자 해당 병실만 폐쇄했다. 격리 대상도 환자 가족 등 밀접 접촉자로 한정했다.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서야 검사 범위를 병동 전체로 넓혔다. 감염 환자가 줄줄이 발생한 뒤였다. 최초 환자가 입원한 지 14일이 지나서야 이 병원을 폐쇄했다.

보건 당국이 비공개 원칙을 깨면서까지 평택성모병원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유는 이 병원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빅4’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말이다. 전파는 14번째 환자에 의해 시작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21일 처음 증상이 나타났고, 지난달 27일부터 29일 사이 이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응급실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이다. 이 병원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총 17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1명(64번째 환자)은 지난 5일 사망했다.

문제는 병원 측이 14번째 환자가 입원할 당시 메르스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소속 의료진(35번째 환자)이 메르스 확진을 받기 전 심포지엄 참가 등으로 문제가 됐다. 평택성모병원의 교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메르스 1호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을 거쳐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여서 병원은 당연히 경각심을 가져야 했다. ‘전국구 병원’ 응급실에서 수백명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첫 환자가 입원한 평택성모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확산이 우려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역사회로 전염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2의 평택성모병원’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병원 잠정 폐쇄도 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막아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