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의 71% 지지를 받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공화당은 이듬해 3월 펴낸 2012년 대선 종합분석보고서 ‘성장과 기회 프로젝트’에서 급속히 늘고 있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젊은층을 외면한 게 주요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에서도 이 분석은 유효하다. 백인을 제외하고 최대 소수인종그룹으로 부상한 히스패닉의 표를 더 얻지 못하면 공화당 후보의 승리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화당 전략가이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의 베테랑 선거참모인 위트 에어레스는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가 하려면 롬니 전 주지사보다 히스패닉 표를 15∼20% 더 얻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가장 주목받는 대선 잠룡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다. 15일 출마를 선언한 부시 전 주지사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다 부인이 멕시칸 출신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친(親)히스패닉 공화당 주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 이민자 아들로 ‘히스패닉계의 총아’로 불리며 대선 출마선언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주요 정책은 히스패닉의 여론과 요구에 반하는 것투성이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공화당 원로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이 초당파적으로 합의한 이민개혁안을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수가 히스패닉인 4800만명 불법 체류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맞섰다.
오바마 대통령의 간판 정책 의제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주요 수혜층도 히스패닉이다. 티파티 등 공화당 강경파는 현재까지도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대해서도 공화당은 반대 기류다. 이러한 ‘틈새’를 민주당이 놓칠 리 없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대선 출마 공식화 때부터 용의주도한 히스패닉 표심 얻기 행보를 펼치고 있다. 미 정치전문 ‘폴리티코 매거진’은 최근호에서 공화당이 이민 개혁과 오바마케어 등 주요 정책에서 현재의 행보를 계속할 경우 2016년에도 히스패닉들이 공화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월드 이슈] 親히스패닉 공화 잠룡 2인의 딜레마
입력 2015-06-16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