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메르스 공포가 더욱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엔저 압박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같은 대외 악재에다 메르스까지 겹쳐 우리 경제 안팎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려한 대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크게 휘청거리는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 세월호 참사 이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가 다시 위축될 조짐이다.
우선 유통과 관광업 등 내수 서비스업종의 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매출은 메르스 발생 이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가 벌써 수만명에 이를 정도로 여행업계의 타격은 크다. 아직 제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불안감이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산업생산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과 금리인하 등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메르스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형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평상심이다. 실제 이상의 공포에 휘둘려 스스로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메르스는 치명적이지만 생활 속에서 조심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은만큼 일단 당국을 믿고 따라야 한다. 다행히 이번 바이러스가 변종이 아닌데다 공기 전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일상생활을 완전히 포기하는 등 과도한 경계는 삼가야겠다. 세계보건기구도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병과 관련해 일상을 바꿔야 할 정도의 지역사회 전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평소처럼 생활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발휘해야겠다.
[사설] 감염증 경계하되 일상은 흔들림없이 유지해야
입력 2015-06-08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