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천 ‘호박꽃 초롱’ 70여년 만에 복간… 일제 ‘국어말살’에 맞서 펴낸 한글 동시집

입력 2015-06-08 02:53

일제가 ‘창씨개명’ 등 민족말살정책에 광분하던 1941년,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은 미래 기둥인 어린이를 위해 한글 동시집 ‘호박꽃 초롱’(박문서관)을 냈다. 시집에 실린 동요시 33편과 동화 2편은 우리 문학사상 처음으로 동시문학의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소천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호박꽃 초롱’이 도서출판 재미마주에서 복간됐다. 새 책인데도 빛이 바랜 느낌이 나서 70여년 전 책을 소장하는 기분을 준다. 시집은 강소천이 1930년 이래 ‘아이생활’과 ‘신소년’ 등에 발표한 작품을 모은 것으로, 당대 유명 화가이자 인기 삽화가 정현웅이 표지를 그려 유명세를 탔다. 모교인 함흥 영생고등보통학교의 우리말 교사였던 시인 백석은 책머리에 ‘서시(序詩)’를 써줬다. 강소천은 영생고보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고 동요시를 발표했다. 이 시집 발간 10년 뒤인 1951년 1·4후퇴 때 가족과 고향을 뒤로한 채 월남했다.

복간본은 박문서관에서 간행한 초간본을 원본으로 삼았다. 작품 배열은 초간본을 따르되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고 판형을 키웠다. 표지 그림은 정현웅 화백이 그린 원본을 수정·보완했다. 초간본에는 본문 삽화가 없지만 복간을 맞아 원로 화가 김영덕이 시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삽화를 그렸다.

서석규 아동문학가는 책머리에 붙인 소개 글에서 “‘호박꽃 초롱’ 은 일제 말기의 강압적 국어말살정책 아래서 우리말 우리글로 펴낸 창작 동요시집”이라며 “(그런 점에서) 강소천 문학의 기대에 찬 출발을 선언한 금자탑”이라고 말했다. 재미마주는 강소천의 동화집 9권도 올해 복간할 예정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