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차례, 평생 주사를 맞으며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제1형 소아당뇨 환자다. 전국적으로 약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아당뇨 환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혈당검사를 해야 한다. 동시에 3∼4차례 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치명적인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생 환자는 고학년생과 달리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가 없어 자가 주사 시 부모나 주변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의사 외에는 주사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간호사도 의사의 감독 아래서만 시술이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현재 인슐린 보충을 위해 매일 자기 몸에 주사를 놓고 있는 당뇨 환자와 보호자는 모두 비의료인으로서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정부는 나이 어린 당뇨환자와 같이 특별한 경우엔 예외로 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평소 인슐린 주사를 놓을 때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의 처방 하에 보건(양호) 교사가 주사행위와 같은 소정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미국은 이미 학교에서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이 어린 당뇨환자에게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할까 겁이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사 맞기를 숨기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소아 당뇨 환자 중 36%만이 학교 보건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으며, 약 33%는 아직도 화장실에서 몰래 맞는다는 보고가 있다.
제1형 소아 당뇨는 다른 사람과의 직·간접 접촉을 조심해야 할 전염병이 아니다. 자가 인슐린 주사 치료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족은 물론 학교와 사회가 적극 지지해야 한다. 특히 의사의 처방 하에 보건교사가 주사, 투약 등 소정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되, 보건교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서둘러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
소아 당뇨 환자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데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헬스 파일] 소아당뇨 환자 불편 덜어주자
입력 2015-06-0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