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뱃속 애기 어쩌나

입력 2015-06-09 02:31
동탄제일병원 박문일 원장이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 동탄제일병원 제공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속출하자 2세를 임신 중인 예비엄마들이 전전긍긍 애를 태우고 있다. 자칫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자신은 물론 태아의 건강에도 심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심한 몸살감기를 앓는 정도로 지나간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렇다면 임신부의 경우는?

동탄제일병원 박문일 원장은 8일 “임신한 여성은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나 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임신부가 일반인에 비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신 전부터 건강에 문제가 있었거나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임신부는 얘기가 달라진다. 메르스 등 호흡기감염질환 예방을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임신 중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2건이다. 하나는 2012년 요르단에서 메르스 유행 당시 감염자 남편으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여성이 임신 5개월 만에 태아를 사산한 사례다. 이 산모는 메르스 감염 후 태아가 위험약물에 노출될까봐 치료를 거부했다. 2013년 UAE에선 또 다른 여성이 메르스 감염 상태에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될 뿐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수직 감염되지 않는다. 박 원장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모유수유를 통해 감염될 위험은 없다. 모유수유는 되레 아기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WHO도 산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지속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 수유 전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긴밀한 접촉에 의한 호흡기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