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3차감염’ 의사, 병원 밖 전파 가능성 낮아

입력 2015-06-06 03:02
전북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양성반응 환자가 발생한 5일 경찰과 방역 담당자들이 환자가 살고 있는 순창군 A마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35번째 환자인 서울의 D대형병원 의사가 확진 전 1500여명과 직간접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르스가 ‘병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감염자는 대부분 ‘병원 안 감염’으로 발생했고 의료진·환자·가족·병문안자 등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이 의사의 경우 접촉자가 일반 대중이고 규모도 1500명을 넘어선다. 이 가운데 추가 감염자라도 나온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 의사의 증상 발현 시점과 격리 조치 등을 놓고 서울시, 보건 당국, 본인의 설명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의사의 증상 발현 시점이 명확히 파악돼야 전염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의 지난 4일 발표에 따르면 이 의사는 지난달 29일 기침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났고 30일 심해졌다. 31일 고열·기침·가래 증상이 있었다. 이 의사는 이틀 전 응급실을 찾은 14번째 환자(35)와의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은 ‘3차 감염자’다.

서울시 발표가 맞는다면 의사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으면서도 30일 병원 심포지엄과 가족 식사 모임, 그리고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에 간 것이다. 따라서 그와 밀접 접촉한 여러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는 잠복기(2∼14일)를 거쳐 증상이 시작돼야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다르다. 29일 나타난 몸의 이상은 평소 앓던 알레르기 비염 증상으로 생각했고 메르스를 의심할 만한 고열(37.5도 이상)이나 가래·기침 등의 증상은 31일 아침부터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29일부터 증상이 있었다면 가장 가까이 지낸 아내에게 감염됐을 텐데, 아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억울해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의사 말처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많은 사람과 접촉했더라도 감염력이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의심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했다 하더라도 지역사회 확산 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만도 없다. 이 교수는 “의사와 ‘2m 내 밀접 접촉자’가 아니라면 1500여명 모두를 감염 의심자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유행하던 2012∼2014년 이슬람 성지순례 ‘하지’ 기간에도 지역사회 대확산은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엄중식 홍보이사는 “현재로선 ‘밀접 접촉자’ ‘감염 의심자’를 가리지 말고 모두 ‘밀접 접촉자’라고 간주해 보다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이사는 “현재 3차 감염자 발생 추이로 볼 때 지역사회 소규모 유행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진 못한다”면서 “만약 메르스 의사의 1500여명 접촉으로 추가 감염자가 나온다면 소규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확산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발표와 달리 이 의사의 메르스 확진 전 자택격리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의사가 근무하는 D병원 측도 감염의심 증상이 있었음에도 외부 행사 참석 등을 사전 인지해 차단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자체 대책본부를 꾸려 실시한 역학조사로는 D병원 입원환자 10명과 가족을 포함해 40∼50명이 이 의사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행사에 참석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