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대응 ‘혈세 눈덩이’ 우려… 법무부 추가 예산 요청 안팎

입력 2015-06-06 02:58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은 청구액의 1%만 패소하더라도 수백억원의 배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싸움이다. 이는 국민 세금에서 나가야 하며, 법무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밀실’ 비판에도 꿋꿋이 예산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국가가 지급하는 변호사 선임비용 정보가 노출되면 론스타에 소송에 임하는 자세를 읽히게 된다는 우려였다.

이런 법무부는 ISD 예산에 대한 국회의 질의마저도 답변을 피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5일 “우리 측에서도 론스타를 대리하는 시들리오스틴이나 세종에 지급하는 선임료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예비비 책정 사실 역시 변호사의 ‘집중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며 민감해했다.

◇소송 비용 지출은 계속 늘 듯=문제는 이 소송 대응 전략이 국가 예산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공적 예산이 들어가는 상황에 예산 집행액이나 증인의 명단조차 즉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국가의 고도 안보와 관련한 사항도 아닌데 비공개하는 건 예산 공개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예비비 집행이 필요해지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처음부터 이 소송에 대해 일관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응에는 계속해서 거액이 투입되고 있다. 법무부가 그간의 업무내역과 청구금액을 토대로 올해 변호사들에게 지급할 것으로 추산한 법률자문비용만 100억원을 넘는다. 국내 법무법인인 태평양보다는 아널드앤드포터가 가져가는 비용이 크다. 변론기일이 잡힌 올 상반기에 집행될 돈이 대부분이지만 후속자문 여부에 따라 향후 이 금액은 커질 수도 있다.

2013년 12월 관할 분리 신청이 기각되며 소송 절차 시간은 줄었다. 하지만 비용 지출은 오히려 앞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게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의 설명이다. 향후 줄곧 진행될 소송 과정에서 사실관계 증언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야 할 증인은 총 17명이며, 이들의 중재심리기일 출석비용만 1억62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올해 112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 받았지만 법무부가 예비비를 또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면 백지화가 좋다”=유수의 해외자본들은 이미 ISD 중재의향서를 보내오고 있다. 현재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 네덜란드의 석유투자회사 하노칼이 ISD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이 가운데 하노칼의 사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정식 케이스로 등록된 상태다. 이번 중재 사건 결과는 우리나라의 ISD 수행 능력을 가늠하게 할 전망이다. 실제로 ISD에 패소한 국가들은 연쇄적인 ISD 제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51조원을 물어주는 끔찍한 선례를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SD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든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전면 백지화가 가장 좋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에는 정치적 부담과 혼란이 있다”며 “해외 투자자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무조건 중재절차에 돌입하는 자동동의 조항에 제동을 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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