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朴 대통령 ‘국민 불신’ 누그러뜨리기…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안팎

입력 2015-06-06 02:53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놓고 맞부딪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감염 의사가 시민 1500여명과 접촉했다’는 서울시의 전날 밤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슷한 시각 시청에서 열린 메르스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은 실제 방문 직전에야 결정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청와대에서 열기로 했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토론회’를 연기했다. 모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에 두기로 한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메르스는 현 단계에서 모든 정책과제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르스가 확산일로를 걷는데도 박 대통령이 상황 관리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자리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와 방역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물론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관련기관 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최초로 환자가 발생한 후에 정부가 초기에 국제기준, 그리고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초동대응에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는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께서 믿음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메르스 문제를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혼란을 초래하고, 효과적인 대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메르스와 관련한 상황 등은 중앙대책본부로 통보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전날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병원 의사인 35번째 확진 환자가 1500여명의 시민과 접촉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아직 무차별한 지역사회 전파에 의한 감염자는 한 명도 없다”며 “감염 확산 방지책 중 가장 중요한 방안은 자가 격리된 분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 협조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앞서 박 시장의 전날 발표에 대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 브리핑에서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그래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시장 발표 내용과 보건복지부 설명, 35번째 환자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상이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은 박 시장이 복지부와의 협조 절차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일방적 회견을 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시장-구청장 연석회의를 열어 현재 상황을 준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서울시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정부가 오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가 불안을 가중한다고 성명을 낸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남혁상 김재중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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