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커지는 사이버 갈등 ‘신냉전’ 우려… 미 연방정부 해킹 파장

입력 2015-06-06 02:21

중국 해커로 추정되는 집단이 미국 연방기관을 대규모로 해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중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전 연방수사국(FBI) 간부로 사이버 보안업체에 근무 중인 오스틴 버갈리스는 4일(현지시간) “중국은 어디에나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대한 사회·경제·정치적 이득을 무차별적으로 얻으려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지적재산과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절도”라고 말했다.

아담 쉬퍼(민주·캘리포니아) 미 하원의원은 “최근 몇 달간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보 누출이 발생했다”며 “연방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안전하다고 믿어온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해커들이 연방인사관리처(OPM)를 해킹한 것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며 유출된 자료에는 공무원 채용 관련 정보, 인사고과, 교육훈련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사법 당국 관계자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이번 해킹이 시작됐으며, 외국 기관 또는 정부가 해킹의 배후에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가 중국이 지목되느냐는 질문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나 공공기관을 겨냥한 해킹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그런 해킹 시도를 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번에 해킹 피해를 본 OPM에 대해서도 지난해 1월 OPM의 신원조회를 대행하던 업체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 가운데 일부를 도난당했고 12월에도 신원조회 대행업체를 상대로 한 해킹 공격으로 4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우체국(USPS)에서도 지난해 9월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이 이뤄져 직원 80만명의 생년월일, 주소, 긴급 연락처, 사회보장번호 등이 유출됐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연방 국세청(IRS)의 증명서 발급 시스템이 러시아 해커들에게 뚫려 10만4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허위 세금 환급까지 이뤄졌다.

미국 국방부의 기밀이 포함되지 않은 전산망도 올해 4월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백악관 전산망에 러시아 해커가 침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이 탈취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3월 사이버 대응태세 강화를 시급한 안보 과제로 꼽으며 CIA에 사이버전 부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중 간 사이버안보 갈등은 해가 갈수록 고조돼 양국의 정치·경제적 갈등 못지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이 해킹 배후일 가능성을 보도한 로이터 통신에 이메일을 보내 “섣부른 결론을 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생산적”이라고 반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이버 공격은 대개 익명으로,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며 근원을 찾기 어렵다”면서 “깊이 있는 조사를 하지도 않고 ‘가능성’ 같은 단어를 계속 쓰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5월 미국 기업들의 정보를 훔친 혐의로 ‘3PLA(중국 인민해방군 제3총참모부)’ 산하 61398부대 소속원 5명을 기소, 미·중 갈등이 고조됐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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