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방문객·직원 모두 마스크… 대기 인원 없어, “의사 아내는 음성…”

입력 2015-06-06 02:47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상태로 재건축조합 총회 등에 참석했다고 지목된 의사(38)가 근무하는 서울 D병원은 5일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방문객과 병원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평소 북적대던 접수창구에는 대기하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

이 의사는 지난달 27일 응급실에서 진료 중 14번 환자(35)와 접촉했고, 이틀 후인 29일 가벼운 감기와 기침 증상을 보였다. 미열 증상이 나타난 30일 오전 9∼12시에는 이 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혈관 분야 국제 의학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대강당은 300여개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옆 사람과 팔 받침대를 공유하도록 의자가 설치돼 있다. 옆 사람이 트림이라도 하면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앞뒤 간격 역시 1m가 안 될 정도로 가깝다. 그러나 이 의사는 “사람이 없는 구석에 앉아 있다 조용히 나왔다. 그날따라 공부를 하기가 싫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그 의사가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포지엄에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사장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바깥 부스에서 15분가량 머물렀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본인 설명과 약간 다른 내용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심포지엄에 참가한 의료인들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은 이 의사와 접촉했던 의료진 40여명이 현재 격리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심포지엄 참석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병원 측 제지로 연결되지 못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이 의사와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아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병원에서는 14번 환자의 감염 전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걱정을 쏟아냈다. 외래환자 장모(56)씨는 “감염 위험이 있어도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왔다”며 “분위기가 어수선해 웬만하면 오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나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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