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충격에 빠진 평택… 상가·택시 손님 ‘뚝’ “지역경제 타격” 한숨

입력 2015-06-06 03:15
5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평택시 평택성모병원 주변은 잔뜩 찌푸린 하늘만큼 을씨년스러웠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휴원했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만 정문을 지켰다. 맞은편 편의점과 진입로에 위치한 약국은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누군가 앉았을 빈 의자만 여기저기 덩그러니 놓였다.

이 병원은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인 1번 환자(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곳이다. 이 병원의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무더기로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병원 의료진과 직원 270여명은 자택격리 상태다. 병원 측은 자발적으로 문을 닫고 모든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했다.

평택성모병원 건너편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추모(60)씨는 말을 건네자 울상부터 지었다. 그는 “며칠 사이에 손님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이번 주는 아예 없다”며 “손세정제나 마스크는 구할 수 없어 이웃끼리 나눠 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택사람이랑 술도 마시지 말라는 농담이 돌아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45만여명이 보금자리를 튼 평택시는 패닉(공황)에 빠졌다. 오가는 발걸음을 찾기 힘든 유령도시가 되고 있다. 인근 상가에서 만난 임동빈(50·여)씨는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는 게 제일 우려된다”며 “식당이든 상가든 어디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S가스충전소 장모(60)씨는 “이쪽에서 영업하는 택시기사들은 요즘 사납금을 못 채워 힘들어한다”며 “평소 자동차 10대가 충전하러 왔다면 어제, 오늘은 2대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누구는 격리조치를 받았고, 누구는 불안에 떨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S목재공장 경비원 유종길(66)씨는 “목재 운송기사가 지난 17일쯤 폐가 안 좋다면서 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며 “방송이 나온 후 보건소에 신고하고 격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3일부터 사흘 동안 휴업할 예정이던 J초등학교는 12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조모(50) 교감은 “학생 중 의심환자나 확진환자가 없지만 학부모들이 불안을 느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네 노인의 사랑방이었던 경로당은 텅 비어 있었다. 세교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정점순(68·여)씨는 “하루 종일 북적거렸던 곳인데…. 자녀들이 집 밖에 나가지 말라며 매일 전화한다. 다들 모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미나 기자, 평택=고승혁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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