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조사대상 놓치고, 전파력 얕보고… 복지부 ‘오판 릴레이’

입력 2015-06-06 02:35

보건 당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대응이 계속 한발씩 늦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키우고 있는 건 메르스 그 자체가 아닌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역학조사 대상 점점 확대=당국은 사태 초기 역학조사 대상을 첫 확진자 A씨(68)의 ‘동일 병실’로 국한했다. 그러다가 같은 층 다른 병실에서도 감염자가 잇따르자 조사 대상을 ‘같은 병동’으로 확대했다. 기간은 여전히 A씨가 입원한 지난달 15∼17일로 한정했다. 지난달 28일 ‘전수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취한 조치다.

보건 당국은 5일 조사 대상을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으로 넓혔다. 지금까지의 전수조사는 ‘전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현재로서 병원에 잠깐 들른 사람까지 다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본인이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를 계속하는 것은 추가 감염자가 예상을 벗어난 곳에서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5일 확진 발표된 사람 가운데 39번 환자(62)는 지난달 20∼28일 평택성모병원에 있었다. 40번 환자(24)도 22∼28일 같은 병원에 입원했었다. A씨가 병원을 떠난 이후 병원에 있던 사람들이다. ‘15∼17일 A씨와의 밀접 접촉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전염력 낮다’는 가정 깨졌다=이는 지난달 28일 이후 보건 당국의 대처가 또다시 안이했음을 뜻한다. 이미 한 차례 ‘동일 병실’ 가정이 깨져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메르스의 전염력을 얕잡아본 게 추가 방역 실패의 결과로 돌아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건 당국은 역학조사 대상도 뒤늦게 확대하고 있다. 당국은 14번 감염자가 시외버스를 타고 병원 간 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병원 내에서 밀접한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14번 감염자가 최대 5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사실이 드러난 이날에서야 시외버스 탑승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이전에는 위험도를 낮게 판단했으나 현재로서는 이때 노출된 분들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밀접 접촉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거짓말 브리핑 논란=보건 당국의 상황 설명도 말이 바뀌거나 상식에 맞지 않기 일쑤다. 전날 브리핑에서 14번 환자가 시외버스를 이용했느냐는 질문에 당국은 “구급차로 해당 병원에 간 것으로 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었다.

의사인 35번 환자의 확진 시점과 발표 시점 사이에 3일의 차이가 있는 데 대해서도 보건 당국 관계자는 횡설수설했다. 그는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해 바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다시 재검사 없이 양성 판정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5번 환자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그 사실은 4일 발표됐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해명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했다’고 표현해 발표 지연에 다른 정치적 요인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주의’ 상태 유지=감염병 경보단계를 ‘주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대한 설명도 궁색하다. 문 장관은 “지금은 업그레이드된 주의 단계”라면서 “공식적으로 ‘경계’ 단계가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 맞춰 경보단계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파급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사망자로 발표된 3번 환자 C씨(76)는 현재 중국에 격리된 H씨(44)와 4번 감염자 D씨(46·여)의 아버지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4번째 사망자다. 딸 D씨는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있다가 자가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첫 감염자 A씨의 부인과 의사인 5번 감염자(50), 간호사인 7번 감염자(28·여)는 상태가 나아져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친구 어머니를 병문안했다가 감염된 33번(47) 감염자는 상태가 불안정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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